오픈USD(OUSD) 컨소시엄 출범과 국내 기업 참여 논란, 지배구조 리스크
구글,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두나무 등 국내외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초대형 스테이블코인 연합체가 탄생했다는 소식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였다. 하지만 정작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국내 기업 상당수가 발행사 측과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으며, 연합체에 합류한다는 소식조차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혀 과장 홍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테더·서클 양강 구도 저격한 ‘오픈 USD’의 화려한 등장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연합체인 오픈스탠다드(Open Standard)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오픈USD(OUSD)를 전격 공개하고 연내 공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픈스탠다드 측은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 등 전 세계 금융·결제·테크 분야의 140여 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 연합체에 참여한다고 밝히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두나무(코인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를 필두로 신한금융그룹,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현대카드, KB국민카드, BC카드, 하나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NH농협카드, 한화 등 내로라하는 금융·테크 기업 13곳이 대거 멤버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들이 대거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OUSD가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테더(USDT)와 서클(USDC)의 양강 구도를 단숨에 무너뜨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기사 보고 알았다”… 국내 기업들의 당혹감과 무단 도용 논란
그러나 화려한 발표 직후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연합체 참여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국내 기업 상당수는 OUSD 발행사인 오픈스탠다드 측과 어떤 공식적인 협의도 거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공식적인 협의가 전혀 없었으며, 해당 연합체 내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알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두나무와 케이뱅크 등은 오픈스탠다드 측으로부터 OUSD 참여 의사를 묻는 제안을 받고 단순히 가볍게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을 건넸을 뿐인데, 연합체 구성원 명단에 자사 이름이 공식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 역시 “OUSD 연합체 구성원에 자사가 포함된 사실을 국내 뉴스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라며, “오픈스탠다드의 참여 제안에 ‘잘 되면 검토하겠다’고 가볍게 답한 수준인데, 정식 구성원으로 이름이 올라가 매우 당혹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 단순한 의사 타진 및 검토 단계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식 파트너십으로 둔갑시킨 발행사의 무리한 홍보 방식에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제동을 건 셈이다.
준비금 운용 수익 전액 분배… 파격적 모델에 가려진 ‘지배구조 리스크’
이번 파문이 일기 전까지 OUSD가 월가의 큰 기대를 받았던 이유는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이익 독점 구조를 정면으로 저격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었다. 기존의 테더나 서클은 사용자가 1달러를 입금하면 1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대치된 막대한 준비금을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운용 수익을 발행사가 독식하는 구조를 취해왔다.
반면 오픈스탠다드가 제시한 OUSD의 메커니즘은 철저한 개방형 인프라를 지향한다. OUSD 연합체에 참여하는 파트너 기업들은 오픈스탠다드 준비금 계좌에 1달러를 입금하면 수수료나 발행 한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1OUSD를 발행·상환할 수 있다.
가장 파격적인 차별점은 수익 배분 구조에 있다. OUSD는 운영비 성격의 소액 관리 수수료만을 제외하고, 준비금을 굴려 발생하는 모든 운용 수익을 네트워크에 참여한 파트너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분배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특정 기업이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제 결제와 송금,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키우는 회원사들이 수익을 공유하는 공정 거버넌스를 앞세운 것이다. 또한 이 연합체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이나 주주로 지분을 쪼개 참여하는 복잡한 방식도 지양했다.
그러나 덩치와 신뢰도를 과시하기 위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브랜드를 무단으로 등재했다는 맹점이 드러나면서, 이들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개방형 공동 운영 체제’의 신뢰성에는 깊은 의문부호가 붙게 되었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140여 개에 달하는 거대 컨소시엄은 단일 기업보다 조율이 훨씬 어렵고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쉬운데, 초기 단계부터 파트너십 구축 과정의 불투명성이 노출되었다는 점은 향후 OUSD의 연내 정상 출시와 제도권 안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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